숙종의 마지막 안식처에 얽힌 이야기 : 명릉

어느 날, 변복한 숙종이 수원성 근처를 거닐다가 한 총각이 물이 솟아나는 냇가에 어머니의 묘를 파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물이 솟아나는 냇가에 묘를 쓰는 모습이 이상해서 물어보니 갈처사라는 지관이 알려준 명당이라고 했습니다. 묘를 쓸 수 없는 곳을 명당이라 했다는 말에 화가 난 숙종은, 총각에게 쌀과 새로운 묫자리를 하사하여 위로하고, 그 괘씸한 지관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초라한 산속 오두막에 사는 갈처사는 "그 곳은 관을 묻기 전에 미리 복(임금이 쌀과 새로운 묫자리를 하사)을 받을 명당"이라며, 더 놀랍게도 "오늘 임금님이 나의 처소로 찾아오실 것"이라고 예언해 둔 기록까지 숙종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갈처사의 예지력에 깜짝 놀란 숙종은, 갈지처에게 자신의 묫자리도 부탁했고, 그렇게 정해진 곳이 바로 지금의 명릉입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갈처사는 숙종이 하사한 3천 냥 중 단 30냥만 받고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고 합니다. 서오릉에 방문하시면, 갈처사가 정해준 명당, 명릉에도 꼭 들러보세요. ^^

왕의 눈물, 명릉을 적시다 : 금묘

서오릉 명릉에는 숙종이 사랑했던 고양이 "금묘(金猫 : 금색 털의 고양이)"가 함께 묻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숙종은 조선 역사에서 손꼽히는 애묘가로, 금묘는 그에게 정치적 스트레스 속 유일한 위안 이자 가족 같은 존재였습니다. 금묘는 숙종이 세상을 떠난 후 식음을 전폐하며 빈소를 지키다가 13일 만에 죽음을 맞았고, 이를 본 인원왕후는 금묘를 숙종의 무덤 근처에 묻어주도록 했습니다. 금묘의 충성심은 여러 기록에 남아 있으며, 김시민의 *금묘가(金猫歌)*에서도 기려졌습니다. 금묘는 단순한 반려동물을 넘어 숙종의 따뜻한 인간미와 조선 왕실의 특별한 이야기를 상징하는 존재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시아버지와 4명의 시어머니, 그리고 남편의 후궁과 함께 묻힌 정성왕후 : 홍릉

푸른 소나무 숲이 우거진 서오릉, 그곳에는 조선의 왕비 정성왕후의 능, 홍릉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평화로운 풍경이지만, 그 속에는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과 조선 왕실의 복잡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남편없이 홀로 시아버지, 시어머니와 함께 묻히다

정성왕후는 영조의 정비(正妃), 즉 본부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인 영조와 함께 묻히지 못하고, 서오릉에 홀로 잠들어 계싶니다. 요즈음의 관점으로 볼때 기구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녀의 주변에 묻힌 인물들 때문입니다. 명릉에는 시아버지 숙종, 시어머니인 인원왕후, 인현왕후가, 익릉에는 인경왕후가, 그리고 대빈묘에 희빈 장씨가 모셔졌고(시아버지와 4명의 시어머니) 수경원에는 남편 영조의 후궁, 영빈 이씨 묘가 함께 조성되어 있습니다.

정성왕후는 명문가의 딸로서 왕위 계승권이 낮았던 영조에게 정치적으로 큰 힘이 되었으나 영조에게 사랑을 받지는 못하였습니다. 사후에도 옆의 영조자리는 빈 채, 여러 시부모님들과 함께 서오릉에 잠들어 계신 정성왕후의 일생을 보면 제 가슴도 먹먹해 집니다.

서오릉을 방문한다면, 홍릉 앞에 잠시 멈춰 서서 정성왕후의 마음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